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 오이를 아작아작
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편식왕이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나의 편식 리스트를 대강 읊어보면 내장류, 날 것, 해조류, 버섯류 등을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러니까 곱창, 막창, 대창, 간, 천엽, 닭발 등등은 물론이고 회, 육회, 초밥도 먹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익힌 고기와 생선, 면과 빵과 떡을 좋아한다. 이렇게나 식성이 편협한 와중에 다행스러운 건, 뭐든 쉽게 질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몇 안 되는 좋아하는 음식을 오래오래 좋아하며 먹어왔다. 그 덕에 라는 편식 에세이도 출간했다. 그런 내가 오이를 먹을 줄 알고, 심지어 꽤 좋아한다는 사실에 아름이도 처음엔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결혼 전, 돼지국밥 가게에서 기본 찬으로 나온 오이를 먹고 있으니까 아름이는 “편식이 그렇게 심하면서 오이는 왜..
2022.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