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않는다는말1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 훗날에도 반가운 문장 남자 동기들은 보통 대학 신입생 1년을 신나게 놀고서 이듬해 1월이나 2월에 입대했다. 그 시기에 육군으로 입대해야 전역 직후 ‘칼복학’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미리 정해진 미래는 사람을 이토록 계획적으로 만든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마시고 취하고 토하던 동기들이었는데, 약 2년 뒤의 복학을 위해 머리를 짧게 깎고서 하나둘 캠퍼스를 떠났다. 나는 동기들보다 3개월쯤 늦은 2009년 4월에, 게다가 육군보다 복무 기간이 3개월 더 긴 공군으로 입대했다. 2011년 5월에서야 전역할 수 있었는데 당연히 칼복학은 불가능했다. 붕 떠버린 1년 동안 김해 본가에서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십 대의 날들 중에서 그때가 가장 한가하고 포근한 시절이었다. 먹이고 재우고 치워주는 부모님의 보.. 2022. 5.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