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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2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 오이를 아작아작 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편식왕이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나의 편식 리스트를 대강 읊어보면 내장류, 날 것, 해조류, 버섯류 등을 거의 먹지 않는다. 그러니까 곱창, 막창, 대창, 간, 천엽, 닭발 등등은 물론이고 회, 육회, 초밥도 먹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익힌 고기와 생선, 면과 빵과 떡을 좋아한다. 이렇게나 식성이 편협한 와중에 다행스러운 건, 뭐든 쉽게 질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몇 안 되는 좋아하는 음식을 오래오래 좋아하며 먹어왔다. 그 덕에 라는 편식 에세이도 출간했다. 그런 내가 오이를 먹을 줄 알고, 심지어 꽤 좋아한다는 사실에 아름이도 처음엔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결혼 전, 돼지국밥 가게에서 기본 찬으로 나온 오이를 먹고 있으니까 아름이는 “편식이 그렇게 심하면서 오이는 왜.. 2022. 5. 18.
<요리는 감이여> - 단위 없는 사랑 한 가정에서 요리 담당이 정해지는 건 실력보다는 시간, 시간보다는 의욕에 달린 거라는 생각한다. 한때 이탈리안 레스토랑 주방에서 근무했던 아내는 파스타와 피자는 물론 잡채와 몇몇 밑반찬을 기가 막히게 잘 만들지만, 집에서 주로 요리를 하는 건 나다. 실력은 아내가 나아도 시간은 내가 더 많고, 요리를 해보겠다는 의욕도 내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만든 음식을 아내가 맛있게 먹을 때, 정말 이 맛에 요리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뿌듯하다.  물론 나의 요리 경력이라고 해봤자 비공인 자취 짬밥뿐이다. 라면으로 시작해 찌개류를 하나씩 섭렵하고 이런저런 볶음 요리도 만들어 먹다 보니 할 줄 아는 것들이 꽤 늘었다. 여느 일처럼 요리도 섬세하게 파고들면 밑도 끝도 없겠지만 간이나 맞추자는 마음으로.. 2022.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