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과 브랜드스토리 작성 팁 2가지를 알아봤습니다. ‘브랜드의 역사 풀어내기’와 ‘브랜드 역사가 짧다면 인상적인 내용 먼저 드러내기’였는데요. 사실 2가지 모두 각자의 브랜드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기본 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조금 더 세부적인 팁 2가지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실패하는 대신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의 중요성이랄까요. 지난 편과 마찬가지로 사례와 함께 살펴보죠.
1) 감성 vs 기술, 목적에 따라 비중을 다르게
화장품, IT 기기, 의류나 신발 등등 서로 같은 품목을 다루더라도 브랜드마다 마케팅의 방향은 천차만별입니다. 눈치 빠른 소비자들은 광고만 보고도 그 브랜드를 예단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이나 기술, 소재에 대한 내용 없이 감성적인 콘셉트으로만 채운 광고를 보면 ‘알맹이 없이 트렌디한 느낌만 주고 싶은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거죠. 반대로 특허, 기술력, 효과에 대해서만 논문처럼 빼곡히 채운 광고를 보면 ‘그래, 좋다는 건 알겠는데 왠지 올드하네.’ 같은 느낌을 받는 겁니다. 그런 이유로 많은 브랜드 스토리텔링에서 감성과 기술을 동시에, 비슷한 비중으로 담아내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도저도 아니게 자랑만 가득한 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땐 한 가지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물론 나머지 한 가지를 완전히 포기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굳이 비중으로 따지면 8:2나 9:1 정도면 충분합니다. 편안한 착용감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바디블루’라는 국내 속옷 브랜드가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 브랜드가 내세워야 할 가치는 감성보다는 기술, 디자인보다는 착용감, 화려한 장식보다는 세심한 디테일, 유명 모델의 착용 사진보다는 현실적인 제품 착용 후기일 겁니다.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브랜드마다 나름의 기술이 있기 때문에, 타 브랜드의 기술보다 더 나은 면을 은근히 비교하며 전달하는 것도 요령이겠죠. 특정한 기술이나 봉제, 소재를 구체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술을 개발하게 된 계기와 그 개발 과정을 에피소드 방식으로 풀어낸다면 더 좋겠군요. 그러면 소비자는 ‘이 브랜드의 속옷은 정말 편안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브랜드의 가치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겠죠. 그렇다면 바디블루의 브랜드스토리에 감성은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요? 개인의 취향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착용감이 중요한 속옷인 만큼 디자인 위주의 속옷보다 비주얼이 뛰어나긴 어려울 듯 싶습니다. 최대한 노력해봐도 정갈, 담백, 순수 정도의 키워드를 녹여내는 정도겠죠.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단순히 제품을 눈으로 보았을 때 느껴지는 감성이 아니라 ‘소비자가 그 제품을 사용하면서 누릴 수 있는 감성’을 전달하는 것이 더 인상적입니다. 바디블루의 입장에서 속옷을 입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위생, 청결, 편안함 같은 키워드가 퍼뜩 떠오르네요. 그럼 굳이 속옷이 편안해야 할 이유는요? 누굴 위해서인가요?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겠죠. 여기에까지 생각이 미쳤다면 이 정도의 문장을 지어볼 수 있겠네요. ‘속옷은 남에게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입는 것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도 떠올려 볼까요. 예를 들어 봉제선을 없앤 심리스 제품을 출시했다고 합시다. 요즘 심리스는 워낙 대중화된 방식이라 소비자 입장에선 딱히 기술이랄 것도 없어요. 그럴 땐 이 제품의 기획 의도와 착용감의 의미를 담아 이렇게 말해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도 하루 종일 겪으면 괴로워요. 사소한 실밥 하나가 당신의 하루를 망치지 않도록, 심리스로 제작했습니다.’ 브랜드의 기술력이 강조되는 브랜드스토리에서 이런 감성적인 포인트는 한두 문장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그럼 소비자는 ‘이 브랜드 제품은 품질이 뛰어나다’라는 신뢰와 더불어 은근한 애정을 동시에 느끼게 될 겁니다.
2) 가성비 vs 고품질, 웬만하면 하나만
가심비의 시대가 도래한 지도 꽤 되었지만, 여전히 가성비는 먹히는 키워드입니다.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제품에 기대하는 품질 수준에 따라 가성비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죠. 누구나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원합니다만, 사실 소비자들도 알고 있습니다. 최저의 가격과 최고의 품질은 병존하기 힘들다는 걸 말이죠. 저도 글쓸 때를 제외하면 거의 소비자로 살지만, 3만 원짜리를 구입하면서 30만 원, 300만 원의 품질을 기대하진 않습니다. 그저 제값만큼이나 하면 다행이죠. 얼마 전엔 친구가 6만 원쯤 주고 구입한 샤오미 스팀 물걸레 청소기를 빌려다 써본 적이 있습니다. 조립은 간편하지만 다소 뻑뻑했고 스팀이 잘 나오긴 하는데 걸레질에 힘이 꽤 드는 편이었습니다. 코드 선이 짧아 거실과 주방을 모두 청소하려면 연장선을 따로 구입해야 했죠. 그래도 6만 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쓸만했고,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 제품이라 해도 될 법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2~30만 원짜리 청소기 필요 없습니다. 이 제품이 더 좋습니다.’라는 광고가 있었고 제가 그걸 봤다면, 저는 실망했을 겁니다. 2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의 한경희 스팀 청소기도 써봤지만 걸레질의 편안함이나 스팀 분사 정도가 하늘과 땅 차이거든요. 그러니까 만약 가성비 제품을 주로 다루는 브랜드라면 어쭙잖게 고품질인 척하는 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말이죠, 구태여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실망을 사는 격입니다. 그렇다고 대충 만들어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당연히 제값에 맞는, 어쩌면 제값보다는 조금 더 나은 품질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가성비라는 말을 쓸 수 있으니까요. 굳이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 제품을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보다 더 낫다느니 하는 도발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만약 정말로 더 낫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백 마디 말보다 공인된 시험 성적서를 제시하는 편이 간명하고 신뢰가 갑니다. 가성비를 추구한다면, 가성비에 집중하는 편이 더 좋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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