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와 구제, 어떻게 다를까?_2편

지난 1편에 이어 빈티지와 구제를 구분하는 더 자세한 기준과 설명을 전해드립니다.

3) 희소성의 차이

구제	희소성이 거의 없거나, 희소하더라도 수요가 없는 말 그대로의 '중고 물품'
빈티지	제작 방식, 디자인, 브랜드의 역사 관점에서 희소성이 확보되고, 그에 따른 수요도 충분한 중고 물품

요즘은 중고 의류 가격의 인플레이션 흐름에 편승해 '단순 구제숍'들도 가격이 아주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반팔 티셔츠는 1장에 3천 원, 겨울 점퍼도 1만 원 대면 살 수 있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중고 물품에 대한 프라이싱(가격 책정)도 결국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조정됩니다. 희소성이나 만듦새, 소장 가치가 부족한 단순 구제 물건의 가격 상승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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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빈티지는 가격 상승의 한계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충분히 희소하고, 충분히 잘 만들었고, 충분히 소장 가치가 있기 때문이죠. 가장 대표적인 예로 앞서 언급한 리바이스 청바지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리바이스 청바지의 새 제품 가격은 10~20만 원 선입니다. 1950~70년대 생산된 리바이스 청바지는(실제로 구할 수 있다면) 최소 50만 원에서 최대 수백만 원을 호가합니다. 7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제조 방식이 달라지기도 했고, 당시 생산된 데님 소재 특유의 질감과 페이딩을 지금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죠. 물론 리바이스에서도 이러한 고객의 니즈를 알고 있기에, LVC(Levi's® Vintage Clothing) 라인을 따로 만들어 빈티지 제품을 복각하기도 합니다. 청바지 기준으로 30~40만원 대로 책정되어 일반 라인에 비해 2배가량 고가임에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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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신형 모델'이 나와 '구형 모델'이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 상황도, 빈티지 시장에 영향을 미칩니다. 대표적인 예로 2001년까지 생산된 롤렉스의 익스플로러 14270 모델, 일명 '폴뉴먼 데이토나'라고도 불렸던 1988년 단종된 데이토나 6263 모델이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동일 라인의 '신형 모델'이 나와도, 여전히 구형 모델에 대) 한 수요가 있고 그 희소성은 높아져서 빈티지 시계로서 가치가 계속 상승하게 됩니다. 

4) 가격 변화의 차이

구제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격)이 떨어짐.
빈티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격)이 높아짐.

아마 가장 쉽고 직관적인 비교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1~3의 종합적인 이유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구제는 가치가 떨어지고 빈티지는 가치가 올라갑니다. 그러고보니 빈티지의 어원인 와인과도 같네요. 가끔 본가인 김해에 들르면, 대성동 재래시장 근처 구제숍을 둘러보곤 합니다. 간혹 건질 만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굳이(?)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제품의 결이랄까, 큐레이팅 같은 개념도 없고 그저 카테고리와 사이즈 정도의 구분만 있기 때문에 취향을 소비한다기보다는 가성비를 기대하며 가는 곳에 가깝습니다. 그런 곳에서도 나이키, 노스페이스 등의 브랜드는 그런대로 가격이 좀 나가는 편입니다.

그런데 혹시 제 나이 또래(30대 중후반)라면 기억하실까요? ASK라든가, MARU 같은 브랜드들.. 제가 중학생일 때 반짝 유행했던 브랜드들.. 무슨 이유에선지 잘 나가던 연예인들이 화보도 찍던 브랜드들.. 그게 벌써 몇 년 전인가요. 거의 20년이 지났으니 앞서 언급한 시기의 분류에 따르면 빈티지 대열에 끼고도 남을 제품들이지만 가격은 겨우 몇 천원 수준입니다. 그마저도 굳이 돈을 들여 사고 싶지는 않죠. 

 

5) 정리

이렇듯 단순 구제 의류는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고, 어느 시점에선 '돈 받고 팔 수 없는', 즉 '상품'이 될 수 없는 지점에 이릅니다. 하지만 빈티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 오르죠. 앞서 언급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1950년대 리바이스 청바지' 말입니다. 2050년이 되어 '100년'이라는 상징적인 타이틀이 달린다면 그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원형이자 자산으로서 인정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구제와 빈티지란, 이렇게나 다르답니다.